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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가장 싫어하던 엄마의 말투를 내가 쓰고 있었다

[일기]일상이모저모

by 데브수달 2026. 1. 14. 22:0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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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 저녁, 룸메이트와 노브랜드에서 아이쇼핑을 하던 중이었다. 평화롭고 소소한 일상이었다.
이제 곧 자취를 시작하며 대학 생활을 하게 될 내 남동생 이야기가 나왔다. 자취하면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... 그런 걱정을 나누던 중 룸메이트가 정말 나를 생각해서, 그리고 내 동생을 위하는 마음으로 한마디를 건넸다.
​"집에 있는 쓰던 수건을 좀 챙겨줄까?"
​그 친구 입장에서는 짐을 덜어주고, 당장 필요한 생필품을 챙겨주려는 순수한 호의였다. 그런데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고, 날카로운 톤이 튀어 나갔다.
​"쓰던 걸?!"
​짧은 세 글자였지만, 내 표정과 말투는 명백히 상대를 무안하게 만들고 비난하는 투였다. 마치 "어떻게 그런 말을 해?"라는 듯한 경멸이 섞인 목소리.
​그 순간, 룸메이트의 표정이 굳어지는 게 보였다. 그리고 이내 눈물을 보였다. 딱히 악의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었다. 그저 순간적으로  뱉은 말이었는데,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말았다.

​더 충격적인 건 그 찰나의 순간, 내 목소리에서 우리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점이다.

평소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엄마의 말투. 상대의 호의를 무시하고, 면박을 주고, 표정으로 상처를 주던 그 행동을 내가 똑같이 하고 있었다.

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, 무방비 상태에서 나온 내 본모습은 내가 혐오하던 그 모습과 닮아 있었다.

​심장이 쿵 내려앉았다.

'악의가 없었다'는 변명이 될 수 없다. 받아들이는 사람이 상처를 받았다면 그건 칼이 된다. 룸메이트는 내 동생을 생각해서 꺼낸 말이었는데, 나는 그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내 기준과 감정을 앞세워 난도질을 해버렸다.

​오늘 일을 계기로 뼈저리게 반성한다.
말은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.
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자.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답습하지 않으려면, 깨어있어야 한다.
​앞으로는 말하기 전에 3초만 더 생각하자.
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, 내 표정이 어떨지.
날카로운 칼날 대신, 부드러운 언어로 소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.
오늘 흘린 친구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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